피부과 전문의가 풀어보는 남성형 탈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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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과 전문의가 풀어보는 남성형 탈모 이야기
  글쓴이 : 이런사람     날짜 : 18-12-13 00:25     조회 : 40260     추천 : 0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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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써보고자 하는 이야기는... 하아... 남초 커뮤니티에서 꺼내놓기 힘든 바로... 머머리 아..아니 대머리 아니

탈모 그 중에서도 남성형 탈모 입니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아무리 힘든 질환이라도 자기가 겪어보지 않은

질환은 그냥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치료하게 되지만 자신이 겪어본 질환이나 치료는 감정이입이 되어 환자분

이랑 같이 울면서 설명하고 열심히 치료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성형 탈모가 제게는 바로 그런 질환입니다.


 아버지가 머머리 아..아니.. 남성형 탈모 이시기 때문입니다. 멘델의 유전법칙을 배운 중학교 때 제 동그란 머리에 붙어있는 머리카락도 동그란 완두콩 색깔처럼 유전의 법칙을 따른 다는 것을 깨달은 저는 그때부터 맘속 깊이 큰 근심을 안고 살았습니다. 내 머리카락은 언제쯤 민들레 홀씨 되어 호롤로~~ 날아갈 것인가?

기도도 많이 했고 불안한 마음에 대머리인 유명인 40-50명을 추려 그들의 아들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추적조사하기도 했습니다.(당시 제 분석으로는 40% 정도가 대머리였습니다)그리고 의대 본과 3학년 1달 반짜리 연말고사 시험이 끝나고 거울을 본 어느 날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 왔구나... 호롤로~~가 왔구나...아아아아아... 하숙방으로 돌아와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한 30초 정도 소리를 질렀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저는 치료를 하고 있고 탈모 분야가 피부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찬밥 신세인 분야인데 (발전 속도가 빠르지 않고 돈이 별로 안됩니다.) 저를 위해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최신 지견의 작은 변화라도 따라가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잠깐 눈물 좀 닦구요...)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기 전에 꼭 드릴 말씀은 오늘의 주제는 남성형 탈모 라는 겁니다. 탈모는 종류가 다양합니다. 원형탈모, 측두 삼각 탈모, 반흔 탈모, 휴지기 탈모, 생장기 탈모, 발모벽, 당김 탈모증, 압박 탈모증 등등등.... 탈모라고 프로페시아 먹고 미녹시딜 바른다고 다 좋아지는 것이 아니므로 올바른 치료를 위해선 반드시 올바른 진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본인이 탈모라고 생각되신다면 꼭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한번 보시는 것을 강력히 권유드립니다. 


 남성형 탈모는 유전적 소인이 매우 강한 질병입니다. 전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성인 남성의 10-15%는 호롤로~~ 를 깨닫고 이불 속에 들어가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게 됩니다.  대머리가 전혀 없는 집에서 대머리가 산발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런 분들께는 정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전생에 무슨..흑흑) 80% 이상은 촌수로 3촌 이내에 대머리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의 경우도 할아버지는 머리숱이 아마존 밀림이신데 아버지의 외삼촌께서.. 흠흠..


 탈모가 되는 병리기전은 별로 궁금하지 않으실 것 같지만 간략하게만 설명드리면 대머리의 모낭 주변에는 테스토스테론을 5DHT 라는 물질로 바꿔주는 5알파-reductase라는 효소가 있고 5DHT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용체까지 있어 모낭이 가늘어지면서 결국엔 소실되게 됩니다. 


 남성형 탈모는 워낙에 서서히 일어나므로 정말 초기에 알아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의대생이었던 저도 정신없이 살다보니 약간 진행이 되었을 때 알게 되었으니까요. 병원에 가는게 제일 좋지만 집에서 자가 진단을 위해서 해볼 수 있는 방법들도 몇가지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하루에 100개 이상의 탈모가 일어날 때 의심해볼 수 있다고 하지만 실생활에서 떨어진 머리카락을 세다가는 광인 취급 받기 딱 좋습니다.


 M자 탈모의 경우 눈썹의 제일 높은 지점에서부터 헤어라인이 제일 높은 곳 까지의 거리를 자로 매달 재는 것이 하나의 방법입니다.  놀리기를 좋아하는 악독한 친구나 이미 결혼을 굳건히 약속한 여자친구, 눈물을 잘 참으시는 같이 사시는 어머님이 계시다면 머리 위에서 매달 사진을 찍어두는 방법도 매우 좋습니다. 뒷머리와 정수리 혹은 앞머리를 뽑아서 굵기를 비교해보는 방법도 시도해 볼만한 방법입니다. 이런 방법들은 저도 진료실에서 탈모 여부가 애매할 때 쓰는 방법입니다. 남성형 탈모는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최소 10-20년은 치료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 시작 여부를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합니다. 남성형 탈모가 아닌데 약을 10년간 복용해 오신 분도 뵌 적이 있습니다. 


일단 남성형 탈모로 진단이 되었다면 이제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할 시간입니다. 


1. 먹는 약 (피나스테라이드<프로페시아>, 두타스테라이드<아보다트>)

 이 약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모두 두 손을 모으고 할렐루야를 3번 외쳐야 합니다.

먹는 약은 남성형 탈모 치료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의 남성들이 이 약 덕분에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갈색 부분이 플라스틱 뚜껑에 붙어 떨어져 나간 카스테라 짤을 보면서도 허허 웃을 수 있게 되었고 탈모갤에 자신의 머리 사진을 뻔뻔하게 일부러 올리면서 네다풍이라는 댓글을 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래 가슴 수술을 하신 여자분들이 수술 직후 노출이 있는 옷을 입는 경향이 있고 저를 포함한 호전된 탈모인은 탈모갤에 사진을 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돈도 그렇고 없다 있게 되면 더 사악해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 같습니다. 저부터 반성하겠습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복용한다면 90% 이상에서 탈모가 멈추고 50-60% 정도에서 발모가 진행되고 머리카락 두께도 두꺼워집니다. 효과를 볼 때까지 3-6개월이 소요되며 복용을 중단하면 역시 3개월 후부터 원래 속도대로 탈모가 시작됩니다.(먹다 안 먹으면 더 빨리 빠지는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의학적으로 임신을 시도할 때에도 약을 끊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진료시 면담을 하면서 복용 여부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가장 두려워하시는 부작용이 성기능의 저하입니다. 

위에 말씀드렸다시피 테스토스테론을 5DHT로 바꿔주는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이론 상 이 약물이 테스토스테론 자체의 농도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는 의사들이 이러한 면을 다소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은 현재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추후 연구를 보면 1-2% 정도에서 실제로 성욕감퇴, 발기력 약화, 정액량 감소가 나타났습니다. 또 사람이 이런 부작용을 알게되면 조금만 느낌이 와도 "약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약의 용량을 확 높혀서 동물 실험을 해보면 이런 결과가 더 확실하게 나타나며 사람이든 동물이든 극히 일부에서는(극히 일부입니다!) 이런 성기능의 저하가 약물을 끊어도 계속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몇년 전부터 미국 FDA는 약물 내 경고문에 '영구적 성기능의 저하' 에 대한 설명을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기능의 저하 빈도는 100명 중 1-2명으로 생각하시면 되고 설사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해도 머리를 포기하고 그녀와 나의 기쁨을 택하신다면 투약 중단 후 수개월에 걸쳐 돌아오게되어 있습니다. 끊어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대개는 약 때문이 아니라 그럴 나이가 되어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런 부작용은 일반적으로 피나스테라이드 보다는 아보다트에서 더 흔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대신 발모 효과는 아보다트가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약물을 쓸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데 개인적으로는 환자분의 나이, 결혼 여부, 자녀 유무 여부, 탈모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택일 하거나 둘 다 쓰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2. 바르는 약(미녹시딜)

 역시 먹는 약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남성들을 탈모에서 해방시켜준 약입니다. 할렐루야 3번까지는 아니고 1번 정도는 외치셔도 됩니다. 내가 호롤로인데 이 약을 쓰지 않는다면 역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지 않고 효과도 확실한 방법입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원래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추는 약이었는데 중환자실에서 정맥 주사로 쓰다보니 환자들 몸에 털이 자꾸 나서 발모제로도 쓰게 된 약입니다.(이런 약들은 너무 많습니다. 혈압을 낮추려다 곧휴가 서서 발견된 비아그라, 간암에 좋은 효과를 보인 구충제, 우울증 약을 먹던 환자들이 사정이 잘 안되서 발견된 조루증 치료약 등등...)  두피의 모낭 주변 혈관도 확장되어서 혈액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발모가 일어나는 기전입니다. 80% 정도에서 탈모가 멈추고 60% 정도에서 발모가 진행됩니다만 그 정도는 먹는 약보다 약간 부족합니다. 


 주의할만한 부작용은 별로 없지만 스프레이로 뿌리는 식으로 이용하실 경우 정확히 바르고자 하는 부위의 두피에 얼마 닿지 않고 엄한 곳에 발려저서 엉뚱한 곳에 털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눈에 들어가면 안되는 약인데 스프레이로 이용하다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직접 탈모 부위에 하루 2회 도포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3. 모발이식술

 먹고 바르는 약만으로 치료해보기에는 약간 혹은 많이 늦으신 분들을 위한 확실한 치료법입니다. 치료 효과는 웨인 루니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무리 대머리여도 뒷머리는 남아있게 마련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효소나 수용체가 뒷머리에는 잘 발현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를 이용해서 뒷머리를 뽑아서 앞에 심으면 심겨진 머리는 여기가 뒤인줄 알고 탈모가 잘 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뒷머리 두피를 긴 직사각형 형태로 도려내서 모낭을 분리하고 뒷머리 두피는 봉합하는 방식을 많이 썼고 최근에는 작은 모낭을 하나하나 드러내서 심는 방법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때그때 상태에 따라서 한가지 방법을 쓰거나 두가지 방법 모두를 쓰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2000-6000모 정도를 이식하고 이식된 모발이 살아남는 확률인 생착률은 70-90%정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발 이식을 한 경우에도 다른 치료 방법들을 병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식한 모발은 살아있는데 아닌 머리는 빠져서 앞머리 남긴 청나라 변발과 같은 스타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4. 메조테라피

 머리카락을 모내기로 비유하면 1,2번은 벼를 죽이는 여러 병충해를 농약으로 죽이는 방식이고 모발 이식술은 옆의 빽빽한 모를 뽑아다 빈 논에 심는 방식이라고 한다면 메조테라피는 죽어가는 논에 비료를 뿌리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러가지 방식을 사용해서 두피에 직접 약물을 얕게 골고루 주입하는 방식입니다. 혈액순환량을 늘려주는 약물, 휴지기의 모발을 생장기로 전환시키는 것을 도와주는 약물, 여러가지 성장인자,두피에 직접적으로 영양이 되는 성분, 줄기세포 추출액 등을 직접적으로 알맞은 깊이로 넣어줍니다. 개발 초기에는 반신반의 하는 연구결과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일관성 있게 모발의 갯수와 두께 모두 미녹시딜 이상으로 증가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방법은 굳이 남성형 탈모 뿐만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종류의 탈모에 효과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치료법을 처음 시행해보았을 때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으나 현재는 확신을 갖고 권하고 있습니다. 부작용으로 먹는 약을 드시기 어렵거나  거부감이 있으신 분 혹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신 분들께는 효과도 확실하고 필수적인 치료입니다. 


5. 저용량 레이저 치료

 자외선이나 적외선 빛을 이용한 치료입니다. 빗, 헬멧 등 여러가지 형태가 나와있습니다. 

치료의 원리는 빛을 통해서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모낭 주변 세포의 ATP(세포의 에너지원)을 증가시키며 두피에 존재할 수도 있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상처 회복 능력을 증가 시키는 등의 작용을 통해서 발모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의학적 근거는 확실치 않은 상태입니다. 효과가 있다는 논문도 있고 효과가 없다는 논문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공의 때 이 기기에 대하여 임상연구 의뢰가 들어와서 직접 임상시험을 해본적이 있는데 그때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위의 치료들을 다 하면서도 추가로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으시다면 그때 속는 셈 치고 시도해볼만한 정도의 치료로 생각합니다. 


캥거루루   18-12-18 17:26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색별   18-12-20 09:49
쉽게 잘 적어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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